당립은 주춤거리며 물었다.‘싫어. 저런 눈은 정말 싫어!’백선결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상대방의 눈을 보는 순간 긴장이 풀리고 있었다. 그도 덩달아 투지가 사라지고 평온한 마음이 들고 있었다.“진천검을 꺼내는 거야.”하는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발하더니 하여령의 몸이 축 늘어지는 것이 아닌가?그녀는 사지를 아무렇게나 벌린 채 온몸이 솜처럼 풀어져 있었다. 웃옷은 풀어져 있었고, 하반신은 아무것도 가린 것이 없는 채 부끄러움도 의식 못 하고 숨을 할딱거리고 있었다.그것은 뇌진자의 음성이었다. 너무나 화가 나 아마 코와 귀로 연기가 풀풀 나오고 있을 것 같은 분노성이었지만 전음으로 전해진 것이라 장내에서는 오직 노팔룡만이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문득 흑의인이 신음을 흘려내며 괴로운 듯 가슴을 들먹거렸다.노팔룡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따지고 보면 그도 하여령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꽈꽝!“좋 다. 그럼 무공을 전수해 주마. 이 검법의 이름은 뇌령일식(雷靈一式)이라는 것으로.”노팔룡은 그런 그녀를 보자 기분이 좋아져 히죽 웃었다. 아닌게 아니라 창문이 부유스름해지고 있었다.본래 소년은 부친과 단 둘이 산속에서 나무를 하며 살고 있었는데 그만 아버지가 호 환(虎患)을 당해 비참하게 죽는 바람에 천애고아가 되어버린 것이었다.여인은 하여령을 바라보고 가벼운 한숨을 쉬었다.“저어.”“그럼?”노팔룡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아 안 돼!’끝없는 탐구정신을 발휘하는 노팔룡이었다. 그녀는 이제 그의 손에 완전히 길이 들리는 자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팔룡의 손은 이미 그녀의 깊은 곳으로 들어와 있었다.노인은 청년의 맥을 짚어 보았다. 인간의 몸이 암벽에 그렇게 세차게 부딪쳤다면 보 통 사람은 뼈도 추리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청년의 맥박은 여전히 힘차게 뛰고 있었다.워낙 세게 그의 목을 끌어안는 바람에 노팔룡은 숨이 막혔다.시체들의 상흔을 화폭에 담아라.그는 조금 전 백선결이 인편으로 보내준 옷을 입고 있는 중이었다.한편 노팔룡은 걸음을 빨리하면서 엉뚱한 상상을
소림사(少林寺).“노대협이 무림을 위해 나서 주시기만 한다면 중원무림을 위해서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소이다.”노팔룡은 멀뚱히 그를 바라보며 말한다.한 노인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여러 마디의 비명이 차례로 이어졌다. 아니, 그 비명은 거의 동시에 울린 것이었다.비룡방과 같은 조직을 수십 개 거느리고 있는 무림중도(武林中道)에 속한 집단으로 흑도백도를 망라한 무림최대 조직의 총수인 것이다.한편 하여령은 가슴이 섬뜩한 느낌이었다.“?”그야말로 기절을 하다 못해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비록 운신할 수 없는 처지 긴 해도 정신만은 멀쩡한 상태였다. 그런데 눈 번연히 뜬 채 이런 꼴을 당하게 될 줄이야.한데 술잔 속에 하나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그 얼굴은 바로 방금 전 만나고 온 여인이었다.“이봐, 우리 어디 가서.”암벽에 부딪쳐 떨어진 노팔룡의 머리 위로 부서진 돌가루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그 정도면 두개골이 박살나거나 등골이 가루가 나 즉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니었다.“이건 내가 형씨의 상처 때문에 생각한 건데 아무래도 용변은 앉아서 보아야겠소이다. 아니면 바지를 버릴 테니 말이오.”“?”‘음. 요번엔 기필코.’‘저, 저럴 수가!’노팔룡은 정신이 없었다. 수십 명의 무림인들이 한꺼번에 그에게 잘보이기 위해 자신의 명호와 출신을 말하고 있었으나 경호경험이 없는 그가 어떻게 일일이 다 기억하겠는가.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우담화 옥가영의 과거의 명성은 허명만은 아니었다. 한때 무림을 풍미했던 강호육협의 무공은 절대 약한 것이 아니었다. 백색기류가 섬광처럼 뻗자 독고완은 금세 혈관이 수축하는 것을 느끼며 뒤로 물러섰다.“무량수불 아무튼 지금으로서는 아무리 추측해 보아야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그를 직접 만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한참 후에야 당가의 가주 당추림이 입을 열었다.옷을 벗겨내자 가슴 부분이 또 하나의 부드러운 천으로 감싸여져 있는 것이었다. 그 천은 가슴을 힘껏 조이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꽤 부풀어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