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들은 가버렸고, 나는 무겁고 비참한 마음으로 뗏목으로 바꿔 탔다. 자기가 한 일이 나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짓을 하자고 별러도 나에겐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전혀 기회는 없는 법이다. 위급한 경우에 부딪치면 뒤를 밀어서 좋은 일을 하게 등을 밀어 주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으니까 결국 지고 만다 이때 나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가만 있자, 내가 옳은 일을 해서 짐을 남의 손에 넘겨 주었다고 하면 지금보다 내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 천만에 하고 나는 고쳐 생각해 본다. 기분이 좋지는 않으리라지금과 마찬가지 기분이리라. 그렇다면 옳은 일을 하는 데 힘이 들고, 나쁜 짓을 하는 데는 힘이 들지 않고. 그 보수가 같다면 옳은 일을 하려고 해본댔자 소용없는 일이 아닐까. 나는 그만 딱 막히고 말았다 이 문제에 해답을 내릴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젠 이 일 때문에 마음을 쓰는 일은 아예 그만두고, 이제부터는 그때 그때 제일 편리한 방법을 취하기로 했다. 나는 윅왬 속으로 들어갔지만 짐은 거기 없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아무 데도 없었다. 짐. 하고 나는 불러보았다. 나 여기 있어, 허클 이젠 놈들 가버렸나. 큰 소릴 내지마 짐은 고물에 달린 노 아래에 잠긴 채 코만 수면 밖으로 내놓고 있었다. 두 사람이 이젠 보이지 않는다고 하자 뗏목으로 기어올라왔다. 난 얘기하고 있는 소릴 죄다 들었어. 그래서 강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놈들이 뗏목 위로 올라오면 둑으로 헤엄쳐 가리라고 생각한 거야. 그리고 놈들이 가버린 후에 뗏목으로 다시 헤엄쳐 돌아올 작정이었어. 한데 임잔 근사하던데, 놈들을 둘러치는 그 수완이 그렇게 근사하게 속여대는 솜씬 난 난생 처음이야. 정말 그 덕택으로 이 늙은 짐은 살아났구먼. 이 일은 죽어도 잊어 버리지 않을 거야, 허클. 그 다음 우리는 돈에 관해서 의논했다 한 사람 몫으로 20달러씩이니까 상당한 액수다. 짐은 이 돈만 가지면 기선의 3등표를 살 수 있을 뿐더러
그 기선이 올라오는 소리는 들렸지만 바로 옆에 올 때까지 그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기선은 곧장 우리를 향해서 올라왔다 이따금 기선은 이와 같이 해서 얼마나 가깝게 뗏목에 부딪치는 일 없이 빠져 나갈 수가 있나 그걸 해보는 수가 있다. 때로는 타륜이 큰 노를 빼앗아가는 일도 있고, 그럴 때는 기관사가 배 밖으로 머리를 쑥 내밀고는 웃으며,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기선은 다가왔다. 우리의 뗏목 바로 옆을 지나갈 작정인가 보다고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했는데, 기선은 조금도 피하려는 기색이 없다 큰 기선이었다. 게다가 아주 빠른 속도였다. 주위에 개똥벌레를 몇 줄씩 둘러멘 검은 구름처럼 보였다. 그러나 갑자기 기선은 큰 선체를 불쑥 나타냈다 커다란 입을 벌린 기관이 쭉 긴 대열을 짓고 있고, 새빨갛게 단 이빨처럼 활활 타고 있었다. 거대한 고물과 쇠사슬이 우리 머리 위에 걸려 있었다. 이쪽을 향해서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기관을 끄라는 찌릉찌릉 울리는 신호 소리, 마구 떠들어대는 욕소리 기적 소리 등이 한꺼번에 들리고, 짐이 저쪽에서, 내가 이쪽에서 텀벙 물 속으로 뛰어드는 찰나에 기선은 뗏목 한복판을 둘로 갈라놓고 말았다. 나는 물 속에 잠겼다. 밑바닥까지 내려갈 작정으로 있었다. 30피트의 타륜을 그 밑으로 빠져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으로 타륜과 나와의 간격을 훨씬 넓게 해두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1분 동안은 물 속에 잠겨 있을 수가 있었는데 이때만은 1분 반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으므로 빠른 속도로 수면으로 떠올랐다. 겨드랑 아래까지 떠올라 코에서 물을 내뿜으며 하하하고 약간 숨을 쉬었다. 물론 흐름은 빨랐고, 기선은 기관을 끄고 나서 10초 후에 또다시 기관을 건 것은 물론이었고, 뗏목 사공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래서 엔진 소리를 들을 수는 있었지만 짙은 안개 속에서 그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며, 기선은 물방울을 날리면서 강을 올라가 버렸다 나는 10여 회나 짐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서서 헤엄을 치고